애플 아이패드가 갖는 의미

1. apple iPad의 등장
2010년 1월 30일.. 새벽, 스티브잡스의 Keynote를 통해 iPad가 처음 등장 하였습니다. 사실 이 발표를 볼 때 까지만 해도 별 감흥이 없었습니다. 발표 이전에 이미 공개됐던 루머들과 너무도 똑같은 (오히려 루머보다 낮은 사양의) 제품이었기 때문이죠. 저역시도 크기만 키워놓은 iPod Touch라는 인식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애플에서 공개된 각종 비디오들과 iPad전용 어플리케이션들을 보니 그런 생각들이 조금 변하기 시작 하더군요. 제가 처음 주목했던 부분은 바로 '저작' 기능 이었습니다. 기존 iPhone에서 불가능했던 저작 기능을 추가 해 주고, 기존 태블릿PC들에서 부족했던 조작이나 사용성 문제를 iPhone OS를 통해 해결하면 꽤 멋진 환경이 구성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물론 그런 생각들은 그냥.. 제 짧은 내공이 드러나는 말 그대로 짧은 생각들 이었을 뿐이었죠.
2. 실제로 사용 해 본 iPad
iPad를 사용한지 이제 약 1주일 정도가 흘렀습니다. 그동안 제 생활은 꽤 많은 부분들이 변했습니다. 일단 커피숍에서 된장질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자꾸 쳐다보구요, We Rule 에 좀 더 빠졌습니다. (ㅎㅎ) 독서량이 늘어났습니다. 또한,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상당히 줄어들었으며 뭐가 됐든 디스플레이를 들여다 보고 있는 시간은 오히려 더 늘어나게 됐죠.
제가 iPhone이 제 인생을 변화시킨 가장 큰 요인을 말할 때 항상 하는 말이 '멍하게 있는 자투리 시간이 대폭 줄어들었다' 였는데, iPad가 PC와 TV가 점유하고 있던 일정부분의 시간과 함께 iPhone, PC, TV 외에 그나마 남아있던 자투리 시간조차도 점유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있습니다.
제가 나름 얼리어답터라서, 그간 나온 태블릿PC들을 상당히 여러종류 사용 해 봤는데 이건 그냥 '태블릿 PC'라고 하기엔 기존 것들과 사용 패턴이나 느낌이 너무나도 많이 다릅니다. 완전히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제가 21세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해주는 몇 안되는 기기중 하나 입니다.
3. iPad의 위치
흔히들 iPad에 대해서 논할 때, apple 의 n screen 전략에 대해 말하곤 하며 iPad를 그 전략의 선두에 있는 4번째 스크린 전략이라는 얘기들을 하곤 합니다. 제품 공급자 입장에서 정의되었던 가족용 스크린인 TV 스크린, 가정용 서버 역할을 하는 PC스크린, 개인용 정보기기 역할을 하는 휴대폰 스크린에 휴대폰과 PC의 중간적인 역할을 하는 iPad라는 새로운 네번째 스크린이 등장 한 것입니다.
이는 스티브잡스 Keynote에서 iPad를 iPhone과 MacBook 사이에 포지셔닝 했던 것과도 일치합니다.
물론, 이런 네번째 스크린을 잡겠다는 시도는 그간 여러곳에서 있어 왔습니다. MID가 그러하며, 아마존의 킨들등 E-Book 단말기들 역시 그러하고, intel을 중심으로 만들어 가던 넷북 역시도 이 지점의 탈환을 노린 제품들이었죠. 하지만 기존의 제품들은 소위 '네번째 스크린' 으로 자리잡기엔 많은 면들이 부족했습니다. 상위 기기들과 중복되거나, 특정 목적을 위해 설계되어 그 목적 이외엔 사용이 불가능 하거나, 하위 스크린 대비 장점이 없거나 하는 등이었죠.
하지만, 이번 iPad는 아직 보완할 점들은 몇가지 보이지만 '뭔가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MS가 준비하고 있는 듀얼스크린의 접는 태블릿이나 구글이 크롬OS와 안드로이드를 탑재해 준비하고 있는 태블릿의 방향을 보더라도 모두 iPad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으니 이런 생각은 어느정도는 맞지 않을까 싶죠?
4. iPad 돌풍
iPad가 판매되기 시작한 첫날 미국에선 30만대의 iPad가 팔려 나갔으며 첫 주말에는 70만대가 팔려나갔고 현재는 여기저기 애플 스토어에서 물량이 없어 못 팔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돌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런 판매속도를 보면 2010년 연간 약 700만대가 팔려나간다 예상에 이견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이 수치는 iPad 출시 전 예상되었던 2010년 태블릿 PC 예상 판매량인 400만대를 훨씬 웃도는 수치이며 태블릿 PC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5년간 15배로 보고 있는 것을 떠올려 본다면, iPad가 만들어갈 시장의 파괴력이 얼마나 대단할지는 충분히 예상이 가능할거라 생각 합니다.
기기적인 파괴력 뿐만 아니라 컨텐츠 시장에 끼치는 영향도 엄청납니다. 그간 apple의 행보를 보면 ITMS로 다 죽어가던 음반, 영상 시장을 살려낸 전력이나 appstore로 소프트웨어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던 것 처럼 음반, 영상, 소프트웨어 시장에 이어 출판 시장에도 어느정도 이상의 영향을 줄 것은 분명 해 보입니다. iPad출시 며칠만에 컨텐츠도 몇개 없는 iBook Store 에서 25만권의 e-book을 팔아 치운 것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겠죠.

5. 왜 잡스는 Flash를 경계하나?
이부분에서 누가 잘했네 잘못했네를 따지는건 무의미 하다고 생각 합니다. Adobe가 분명 준비없이 선을 넘은 측면도 없지 않고 애플과 어도비가 오래 전부터 갈등의 끈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도 분명 한 몫 했겠지만, apple이 구사하는 n스크린 전략을 실체적으로 구현하는데 있어서 Flash는 분명 해가될거라는 판단을 했다고 생각 됩니다.
물론, 애플 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오픈' 하면 떠올리는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 OS에서 MS의 실버라이트를 배제하고 있고, MS역시 윈도우모바일7 에서 플래시를 배제하고 자사의 실버라이트를 밀고 있는걸 떠올려 본다면 애플이 플래시를 배제하는 현상이 그렇게 특별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네요.
이렇게 애플은 애플 나름대로, 구글은 구글 나름대로 또 MS나 노키아등 다른 회사들 역시 치열하게 벌어지는 전쟁 속에서 자사 플랫폼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노력들을 철저하게 펼쳐 나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6. iPad는 PC를 대체할까 ?
아닙니다. PC를 대체할 수는 없을겁니다. 하지만 넷북은 대체 할거라고 봅니다. 물론 정확히 말하면 iPad가 아닌 'iPad-구글 태블릿-MS 태블릿'을 중심으로 한 태블릿 형태의 PC가 넷북을 대체할거라고 봅니다. 위에서 쭉 설명했던 것 처럼 4번째 스크린 (휴대폰 - ? - PC - TV) 전쟁에서 넷북, MID, E-Book리더 등은 여러가지 이유로 승리할 가능성이 적어 보이고 그나마 아직까지 나온 형태중 iPad의 형태가 가장 그 위치를 차지하기에 적합한 형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iPad를 쓴지 약 1주일밖에 되지 않은 저역시 iPad가 온 날부터 지금까지 넷북은 켜 본 적이 없고, iPhone + iPad의 조합에 가장 많은 손이 가며 불가피한 경우에 노트북을 사용하는게 일상처럼 되어 버렸으니까요.
7. 그래서...
우리는 지금 엄청난 변화의 시기 앞에 서 있습니다. 휴대폰이 등장한 이래 십수년간 이어져 오던 3스크린에서 벗어나 4스크린으로 가는 시작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제품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워낙 유난을 떠니 나는 iPad따위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라는 한가한 소리 할 때가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현 상황을 받아들이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를 갖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iPhone이 주었던 교훈이 그랬던 것 처럼 iPad가 주는 교훈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기업들 역시 제조, 공급자 마인드에서 벗어나 하루빨리 사용자 중심 마인드를 갖추는 길이 이 험난한 전쟁 속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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