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하스웰 i3', 누구를 위한 CPU인가?

인텔은 처음 약속한 대로 9월 초에 4세대 듀얼코어 프로세서인 하스웰 코어 i3와 펜티엄 시리즈를 출시했다. 이전에는 코어 i3 아이비브릿지가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만, 이제 이들이 나타나면서 코어 i7과 코어 i5의 쿼드코어 무리에 머물던 하스웰의 라인업은 보급형 듀얼코어로 영역이 확장됐다.
익스트림 등급의 제품인 아이비브릿지-E 프로세서도 등장해 데스크탑을 위한 최고 성능의 CPU가 무엇인지 이름을 알리기도 했지만, 합리적인 제품이 나오길 바라던 분위기라 관심의 대상은 하스웰 i3를 비롯한 보급형 프로세서로 모아지고 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하스웰 i3 프로세서의 출시에 따른 PC 사용자들의 반응은 다소 회의적이다. 대체 무엇이 하스웰 i3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풀어봤다.

■ 인텔의 '하스웰 i3', 모처럼 기대했는데 가격은 기대에 못 미쳤다
인텔이 하스웰 i3가 국내의 PC 사용자에게서 외면을 받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가격'이다. 모 가격 비교 사이트에 등록된 하스웰 i3 라인업의 최저 가격 분포를 보면, 코어 i3 4130 프로세서가 13만 4,200원, 4340은 16만 9천 원, 4330은 15만 5,100원으로 등록돼 있다. 인텔이 발표한 하스웰 i3 라인업의 공식 가격과 비교해도 얼마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바라본 사용자들은 현재로서 구매할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지금의 가격 수준으론 하스웰 i3를 구매할 가치가 매우 낮다고 평가한 것이다. 코어 i5와 코어 i7으로 나오던 쿼드코어 하스웰을 듀얼코어로 줄인 버전이면서 막상 눈에 띌 성능의 차이도 없고 CPU 소켓 마저 7시리즈 이하의 메인보드와 호환되지 않으니 바로 한 세대 전의 사용자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차라리 이 가격이면 AMD의 A10 5800K 트리니티 혹은 A10 6800K 리치랜드 APU로 전향할 만한 가격인지라 하스웰 i3가 제시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은 다소 떨어진다. A10 5800K 트리니티는 11만 8천 원, A10 6800K는 15만 7천 원에 판매가 이뤄지는 상황이다. 이들 제품은 기본적으로 쿼드코어 CPU가 구성돼 있는데 하스웰 i3는 듀얼코어 CPU다. 내장 그래픽도 인텔보다 AMD에 비교 우위로 평가돼 표면적으로 하스웰 i3가 내세울 만한 가격적 이득이 없다.
업그레이드 시 메인보드와 프로세서를 동시 구매해야 하는 PC 사용자의 경우, 메인보드의 선택에 따라 가격 경쟁력의 결점이 상쇄될 수 있다. 다만, LGA 1155 규격의 인텔 프로세서를 쓰던 사용자는 하스웰 i3를 원할 시 8시리즈 메인보드를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FM2 규격의 AMD 프로세서 사용자는 상위 프로세서를 구매하는 것으로 업그레이드 가능하기 때문에 플랫폼 구성 비용에서도 하스웰 i3가 불리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하스웰 i3는 모처럼 기대했는데 기대엔 못 미치는 제품이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 인텔이 꺼낸 듀얼코어 프로세서 '하스웰 i3', 달라진 건 무엇?
비록 하스웰 i3가 가격적으로 장점이 없다할 지라도 엄연히 인텔이 새로 출시한 듀얼코어 프로세서다. 이전 세대의 아이비브릿지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비교해 살펴 볼 만한 특징이 있지 않을까?
사실, 하스웰 i3에서 기술적으로 달라진 부분은 없다. 표면적으로 인텔의 4세대 듀얼코어 프로세서라는 점을 드러내고 있을 뿐, 이전 세대의 프로세서와 비교해 조목조목 따질 수 있는 새로운 특징들이 나와있지 않다. 일례로 비슷한 등급의 코어 i3 4130과 코어 i3 3220 프로세서의 주요 제원을 비교해 보면 답이 나온다.
아키텍처는 바뀌었을지언정, CPU 동작 속도는 코어 i3 3220 대비 100MHz 올랐을 뿐이다. 물론 아키텍처가 바뀜으로써 2세대 AVX, AES-NI가 추가됐다는 것은 참고할 만하나, 기본적인 SSE 4.1 및 4.2 명령어 셋트와 내장된 DDR3 메모리 컨트롤러에서 지원하는 규격, 최대 대역폭 수치 등이 같아 CPU 성능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이가 난다해도 딱 100MHz 만큼은 날 듯하다.
비교하기 애매한 CPU 제원은 그렇다쳐도 하스웰 세대에 이식된 내장 그래픽은 봐줄만 하다. 코어 i3 3220에는 인텔 HD 그래픽스 2500, 코어 i3 4130의 경우 인텔 HD 그래픽스 4400이 구성되는데 실행 유닛 수에서 절대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HD 그래픽스 2500은 6개인데 HD 그래픽스 4400은 20개다. 기본 동작 클럭이 각각 650MHz와 350MHz로 낮기야 하지만 최대 부스트 클럭은 1,050MHz와 1,150MHz 순으로 한계 클럭이 더 높다.
실행 유닛 구성과 부스트 한계 클럭의 차이가 있기에 내장 그래픽 성능은 코어 i3 4130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찜찜한 내용이 있다면 코어 i3 3220의 내장 그래픽은 퀵 싱크 비디오와 인트루 3D 기술, 인텔 인사이더 및 무선 디스플레이, 플랙시블 디스플레이 인터페이스(FDI)와 클리어 비디오 HD 기술 등 여섯 가지의 부가 기능을 지원하는 것으로 표시돼 있는데, 코어 i3 4130은 퀵 싱크 비디오와 무선 디스플레이 이 두 가지만 지원하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는 점이다.
인텔 프로세서의 제원을 기재한 공식 사이트에서 정말로 지원하지 않아서 이를 표시하지 않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 않다면 자칫 내장 그래픽과 연계된 부가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기에 이 부분은 인텔 측의 명확한 표현이 필요할 듯하다. 참고로 코어 i5 및 코어 i7에 구성된 인텔 HD 그래픽스 4600은 FDI를 제외한 다섯 가지 기술을 모두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 CPU 성능, 정말로 코어 i3 아이비브릿지와 다를 게 없나?
글쓴이는 언급한 두 프로세서의 CPU 성능을 비교했다. 코어 i3 4130과 코어 i3 3220, 이 둘은 CPU의 성능 차가 정말로 거의 없을까? 산드라와 프리츠 체스, 씨네벤치 R11.5와 3D마크 11의 피직스 점수를 살폈다.
산드라 벤치마크 상으로는 코어 i3 4130 프로세서가 3220 대비 기본 연산 성능은 3.4%, 멀티미디어 분야는 54.2%, 암호화 성능은 3.56배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산 성능은 CPU 내의 기본 명령어 셋트 중 SSE만을 적극 활용해서 나타난 것이라 차이가 없었는데 멀티미디어 분야는 격차가 컸다.
특히 정수 분야에서 격차가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하스웰 i3에 추가된 2세대 AVX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이비브릿지의 1세대 AVX는 실수 및 소수점 연산만 256비트를 지원했지만 하스웰의 2세대 AVX에서 정수 연산도 256비트 처리를 지원하게 되면서 성능이 향상된 것이다. 암호화 및 복호화 성능 역시 AES-NI가 추가되면서 관련 분야의 이론적 처리 성능이 개선됐다.
그러나 멀티코어 CPU를 적극 활용하는 다른 프로그램에선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코어 i3 3220 대비 프리츠 체스는 3.1%, 씨네벤치 R11.5의 단일 CPU 성능과 멀티 CPU 성능은 각각 5%와 10.7%, 3D마크 11의 피직스 성능은 7.6%로 나타났다. 코어 i3 4130이 3220보다 동작 클럭이 3% 더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프리츠 체스에선 성능 차이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며 나머지는 매우 근소한 차이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 내장 그래픽 성능은 개선됐지만, CPU에 따른 게이밍 성능은 편차 없어
CPU 성능은 이론적 성능에서 분명한 차이가 발견됐던 부분이 있었으나 다른 벤치마크 프로그램으로 확인한 결과는 그다지 와닿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나마 하스웰 i3에서 관심 깊게 바라볼 만한 부분이 있었다면 바로 내장 그래픽이다. 하스웰 i3 4130의 인텔 HD 그래픽스 4400은 얼만큼의 성능을 기대할 수 있을까?
3D마크 밴티지와 3D마크 11에서 퍼포먼스 프리셋으로 두 프로세서의 내장 그래픽 성능을 비교한 결과, 다이렉트X 10 환경은 인텔 그래픽스 HD 2500 대비 2.51배, 다이렉트X 11 환경은 2.27배 더 빠른 것으로 확인됐다. 실행 유닛 수와 GPU 부스트 클럭의 한계 우위에서 예상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인텔 HD 그래픽스 4400이 더 나은 그래픽 성능을 나타냈다.
1,280 X 720 픽셀의 HD 해상도에서 확인한 내장 그래픽의 게이밍 성능도 3D마크에서 확인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레지던트 이블 5에선 1.66배, 툼 레이더는 2.36배 정도 더 빨랐다. 3D마크에서의 그래픽 성능 차가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 판단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포스 GTX 660 그래픽카드를 추가한 상황의 CPU 게이밍 성능은 어떨까?
3D마크 2013과 레지던트 이블 5, 더트 3로 확인한 결과, 프로세서에 따른 게이밍 성능의 차는 거의 없었다. 3D마크는 퍼포먼스 및 익스트림 프리셋 설정에 관계 없이 1.5~2.5% 이내였고 더트 3에선 저해상도 환경에서 6.67% 앞섰으나, 풀HD 해상도에선 오히려 코어 i3 3220에 2.37% 정도 밀리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유일하게 레지던트 이블 5만 8~9%대의 차이를 나타냈을 뿐이다. 

■ 열 설계 전력은 비슷한데, 실사용 시 소비 전력은 오히려 늘었다
CPU 성능은 미지근했고 그래픽 성능만 코어 i3 3220보다 앞섰던 터라, 이제 하스웰 i3에서 관건이 될 요소는 소비 전력이다. 열 설계 전력(TDP) 기준치로 코어 i3 4130은 54W, 3220은 55W로 표시돼 있는데 실사용으로 알아본 소비 전력은 대략 어느 정도일까?
우선 내장 그래픽으로 구성한 PC를 사용할 시 코어 i3 4130이 3220보다 더 많은 양의 전력을 소모한 것으로 나왔다. 아이들링 유지 시 3220은 50W를 넘지 않았지만 4130은 56W를 띄웠고 3D마크 밴티지로 부하를 걸면 차이는 더 커졌다. 57W 대의 분포를 보였던 3220에 비해 4130은 69W를 나타냈다. 비율로 나타내면 아이들링 시는 13.2%, 부하 시 약 20.7% 더 많은 양을 소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하 시 아이들링 시보다 소비 전력의 차가 더 커진 것은 하스웰 i3의 내장 그래픽의 영향이라 판단할 수도 있다. 과연 내장 그래픽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글쓴이는 외장 그래픽카드를 추가한 PC의 소비 전력을 알아봤다.
결과는 그다지 달라질 게 없었다. 아이들링 시 소비 전력은 64W와 61W, 같은 방법으로 3D마크 밴티지를 테스트했을 때는 평균 183.8W와 173.4W 순으로 나왔다. 비율로 판단하면 각각 4.5%와 6.7%로 내장 그래픽으로 PC를 사용하고 있을 때보다 소비 전력 차이가 반 이상 줄었다.
허나 CPU 부하 프로그램인 프라임95로 테스트 했을 때 3220은 85W, 4130은 110W를 기록했다. 비율로는 3220 대비 28.8%의 전력을 더 소모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 보면 하스웰 i3는 성능이 좋게 나왔던 내장 그래픽의 영향보다 CPU에서 전력 소모를 부추기는 것으로 추정되며, 코어 i3 3220보다 소비하는 전력량이 더 많다고 판단할 수 있다.

■ 인텔의 '하스웰 i3', 계륵인가? 잘 팔아도 그만, 못 팔아도 그만
인텔은 약속대로 하스웰 i3를 꺼냈지만, 대체 누구를 위해 출시한 CPU인지 목표가 미심쩍은 제품이다. 인텔의 4세대 코어 i3 프로세서로서 내장 그래픽의 성능은 무난하다만, 이전 세대의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비교한 CPU 성능은 그다지였고 소비 전력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았다.
한마디로 하스웰 i3는 자리잡기 '애매한' 프로세서다. 소위 말하는 가격 대비 성능과 단위 전력 당 성능으로 비교해 본들, 일반 소비자로서 장점으로 와닿을 특징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 4세대 코어 브랜드의 막바지 프로세서라 하기엔 너무나 어중간한 '계륵'이다.
10만 원 이하의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하스웰 펜티엄과 10만 원 후반에서 시작하는 하스웰 코어 i5 사이에서 억지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나온 듯한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잘 팔아도 그만, 못 팔아도 그만인 듯한 인텔의 '하스웰 i3'는 대체 누굴 위해 만든 프로세서일까?
기대했지만 환영받지 못하는 '하스웰 i3'엔 역시 이유가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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